철도로 필리핀 남북 잇는다 마닐라 중심지 관통 1차사업 10월 완공 예정 … 2차사업도 수주 예상
2010-06-14 오전 11:56:18 게재

대우인터내셔널 ‘세계경영’ 현장을 가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필리핀에서 철도시대를 열고 있다.
평균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이곳의 교통수단 버스는 대부분이 낡고 에어컨이 없다. 특히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주요도로는 평소에도 막히기 일쑤다. 마닐라 인근에서 시내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전철이 있었지만 철도가 엉망이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얼마전 이곳에 새로운 통근열차가 개통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정차하는 역마다 승객들이 밀려들면서 열차는 만원이 됐다. 교통문화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서 출퇴근하는 크리스티나(25)씨는 “예전 열차는 에어컨이 없고 속도도 느려 매우 불편했는데 새로운 전철은 시원하고, 1시간 걸리던 거리를 20분이면 갈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리카 산토스(21)씨도 “낡고 무더운 버스 등에 비하면 열차 안은 천국”이라고 말했다.
전철이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쾌적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버스요금이 7.5페소인데 비해 열차의 경우 10페소(기본구간) 수준이어서 비싼 편이 아니다. 오히려 에어컨 버스요금에 비하면 저렴하다. 특히 1시간 거리를 30분 이내로 줄였다.
이러한 이유로 통근열차는 하루 왕복 9회, 편도 18회를 운영하면서 하루 이용객만 16만명에 달한다.
마닐라에서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통근열차는 대우인터내셔널이 한진중공업과 함께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안정을 지원하고 개발도상국과의 상호 경제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1987년 설립된 정부기금이다.
연결 구간은 마닐라 신흥 신도시인 알라방(Alabang)에서 중심부인 투투반(Tutuban)까지 32km를 잇는 핵심구간으로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열린 개통식에는 아로요 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사였다.
박석용 대우인터내셔널 마닐라 지사장은 “출·퇴근을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필리핀에 통근열차는 새로운 교통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마닐라 인구 집중을 교외로 분산시켜 지역간 균형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1차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필리핀정부가 추진하는 2단계 사업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박석용 지사장은 “필리핀 전국에 널려 있는 운행되지 않는 철도가 다시 운행되면 필리핀에서 철도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며 “한국이 필리핀에 철도시대를 열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닐라=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